《A Mighty Fortress: A New History of the German People》

미국 책방에서 독일사 전반에 관한 책을 찾기는 무척 힘듦니다. 독일사에 관한 책의 90퍼센트 이상이 2차대전사인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치와 2차 대전에 편향되어 있습니다. 미국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볼 때 99퍼센트는 6.25와 북한을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뭐, 그 쪽이 돈이 되니까 그런 것이겠지요. 하지만 한국사 책이 두세권에 그치는 것과 비교해서 독일사는 책장 하나 가득차는 경우도 많은데도 독일사 전반에 관한 책 찾기가 힘들다는 것은 우리나라보다 더 불쌍한 상황이라고…. 해야겠지요?

앞에서 말했듯이 이 책은 독일사를 시대적으로 훑는 통사입니다. 독일사를 세대별로 나눠서 각 세대의 정치사를 먼저 짚고서 그 시대가 독일의 민족의식에 끼친 영향을 다루고, 특히 독일 사상사를 비교적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마틴 루터부터 마르크스까지 독일인 사상가 유명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풍부한 사상사 부분은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독일민족이 기록역사에 처음 등장하는 로마 때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로마 붕괴 이후 자리잡은 프랑크 왕국이 셋으로 나눠지는데 동프랑크 왕국과 중프랑크 왕국 북부가 현 독일민족의 조상이 됩니다. 이들은 아주 느슨한 연방국가 형태를 취하고 있음에도 워낙이 오랫동안 하나의 정치적 연합체로서 지내오고 취급받으면서 하나의 민족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게 되지요. 근대로 올수록 서쪽의 프랑스와 서북쪽의 영국, 남쪽의 교황세력과 동쪽의 러시아, 북쪽의 스웨덴 등 주변세력에 여러모로 중간에 낀 역할을 해왔던 점도 하나의 민족이라는 유대감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겠지요.

독일사하면 궁금했던 점 하나는 왜 하나의 민족이건만 독일과 오스트리아라는 두 개의 국가로 나눠져있는가하는 점이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하나의 민족”이라는 개념은 종교개혁이 시작되면서 둘로 나눠지더군요. 원래 연방 내에서 신성로마제국 운운하면서 패권자노릇하던 오스트리아가 있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연방의 일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종교개혁이 발발하여 교황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북부 독일 군소 국가들은 대거 신교로 돌아서게 됩니다. 이를 막고자 하는 오스트리아와 그 배후의 교황세력, 어부지리를 취하려는 프랑스와 덴마크, 스웨덴 등등이 뒤섞이면서 30년 전쟁이라는 대판 싸움이 시작됩니다. 이 일련의 사건들 결과 오늘날까지도 독일민족은 크게 오스트리아와 그 외의 독일, 이런 두 개의 국가로 인식이 나뉘게 되었습니다.

통사책 치고는 얇은 편이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읽기 편했습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전공서가 아니라 개괄서이기 때문이죠(덕분에 터키사를 다루는 《Osman’s Dream》이라는 책은 진도 안 나가 죽겠음…너무 길어…). 또한 세대별로 나눠서 정치사, 사회‥문화사를 다뤘기 때문에 짧게 틈틈히 읽을 때 집중하기가 좋았습니다.

[감상] 《빈자의 은행》

M. 유누스의 《빈자의 은행》은 그런 의미에서 여러모로 시야를 넓혀주는 책이었습니다. 방글라데시 출신(당시에는 동파키스탄)으로 미국에 유학하여 경제학을 전공하고 고향에서 교수를 하다가, 애써 공부했건만 나라 사람들을 돕는 데에는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에 불만을 느끼고 교수 생활을 관둡니다. 그리고 만든 것이 그라민 은행입니다.

유누스가 발견한 점은 많은 방글라데시 빈곤층 사람들이 초기 투자자본의 부족과 빚으로 인하여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능력이 있는데도, 의지가 있는데도 얼마 안되는 돈이 부족하여 쳇바퀴삶을 계속하는 사람들. 그리하여 유누스는 적은 돈을, 간편한 행정절차로 빠르게 빌려주고 돌려 갚고하는 체제를 굴립니다. 일단 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개인대출이 아닌 집단대출 체계를 구성하고, 마감까지 기다리지 않도록 적은 양을 자주 갚도록 하며, 꾸준히 대출자의 상태를 파악하여 빚을 지지 않도록 유도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큰 성공을 거두어 많은 사람들이 극빈층 생활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유누스가 대출의 틈새시장을 아주 잘 골라낸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아, 정말 이렇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그가 주장한 것처럼 인도주의 사업은 수익성이 없으면 언제까지고 부유한 사람들의 지원에 매여 있게 되지요. 상아탑을 벗어나 세상에 도움이 되는 모습, 상당한 자극으로 다가왔습니다.

읽는 내내 불편하게 여겼던 점 한가지가 있다면 유누스의 자신감일 것입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긴 마케팅 책자를 보는 듯. 정말 줄기차게 이런이런일 해서 이런이런 효과를 봤습니다라는 내용인지라… 훌륭한 일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좀 거슬리는 건 거슬리네요;;

《A History of Iran: Empire of the Mind》

비잔티움을 훑었으니 그 다음 타자로 결정한 것은 페르시아입니다. 바빌론이나 아시리아 만큼이나 오래전부터 현 이란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가가 존재해왔으며, 알렉산더, 아랍과 몽골한테 정복 당했음에도 독자적인 민족성을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정복자들에게 역으로 자기네 문화를 역수출하고, 끝내는 독립을 이뤄내는 끈기있는 민족입니다. 우리 나라가 외국에서는 코리아라 부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끼리는 한국이라고 부르듯이, 이 페르시아 사람들은 자기네를 이란이라고 불렀습니다.

액스워디의 《A History of Iran: Empire of the Mind(이란의 역사: 정신의 제국)》는 이란의 역사를 고대 국가의 성립부터 현재까지 훑는 통사입니다. 여느 역사책처럼 정치사가 중심이긴 하지만, 정신문화를 중요하고 다루고 있습니다. 액스워디는 앞에서 볼 수 있는 독립성을 이란의 정신세계에서 찾기 때문이지요. 그 중에서도 시문학과 종교에 초점을 둡니다(건축문화도 상당한데 이 부분은 전혀 다루질 않아서 아쉽네요).

이란의 시문학은 10세기 무렵을 황금기로 칩니다. 사산조 페르시아 때부터 이어져 온 민족성찾기 노력이 아랍과 몽골에 있따라 정복되면서 폭발한 것입니다. 게다가 긴 궁정문학의 전통에다가, 조로아스터교와 이슬람의 내면성찰적 전통이 결합되면서 생긴 시너지 효과도 있었고 해서 이 때 많은 시인들이 나타났으며, 대대로 (21세기까지도) 이 시들이 이란 국민들에게 사랑 받게 되면서 이란어의 중심이 잡히게 됩니다. 책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시가 이란어 알파벳 발음과 영역을 병행하여 인용하고 있을 정도로 작가는 이란의 시문학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란의 강력한 문화경쟁력은 아랍화를 저지하는데 큰 힘을 발휘합니다. 북아프리카와 시리아, 팔레스타인이 죄다 아랍인으로 천하통일 되었지만 페르시아에서 막히고 말죠. 언어도, 종교도, 민족정체성도 아랍화가 덜 되었습니다. 오히려 이란인들이 아랍, 몽골 왕조의 중앙 행정직을 꿔어 차고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페르시아화 시킵니다.

하지만 이 자부심 대단한 민족은 러시아나 프랑스, 영국령 인도 등 유럽열강에 놀아나게 됩니다. 이때 당시의 카자르조 페르시아의 외교 줄다리기와 근대화 노력은 구한말의 우리나라와 놀랍도록 닮았더군요. 그러다가 미소 냉전에 아주 확 돌아버리고는 자신들만의 주체사상인 이슬람공화국 제도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9/11 이후 반 탈레반 전에 도움을 주겠다는 이란의 화해의 손길을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 말아먹은 이란의 현 국내외 정세를 살펴보며 책을 끝맺고 있습니다.

독립된 민족의식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닌 민족 중 하나인 이란인. 이 책은 이 민족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그 민족이 낳은 지성인, 문학가들을 비교적 자세히 살펴보고 인용함으로써 《정신의 제국》이라는 부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상] 《Embracing Defeat(패배를 받아들이며)》

1945년 8월 15일 일왕 히로히토는 라디오 방송으로 일본제국의 항복을 선언합니다. 그 방송 결과 한반도에는 만세소리가 울려퍼졌만, 곧 이어서 찬탁반탁 운동, 좌우합작 등 난세가 펼처지지요. 그 때 일본열도는 어땠을까요. J.W Dower의 《Embracing Defeat(패배를 받아들이며)》 전후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상을 비춰봄으로써 그 시대 일본인들의 생각을 다각도로 비추고 있습니다.

퓰리처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사회, 경제, 학계, 정치와 외교등 분야별로 나누어 전후 일본의 태도와 미국의 태도를 상세히 묘사하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출판업계와 언론을 통해 살펴본 전후 일본은 한반도 못지 않은 혼란한 세상이었습니다. 동남아로 원정 나갔던 참전용사들이 무직자로 귀국하고, 의존하고 있던 식민지들의 경제가 독립해 나가자 일본 경제는 폭락하고 맙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굶어죽고 군수물자들이 대거 암시장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암시장의 정착으로 야쿠자들이 세력을 굳히게 되고 뇌물과 비리가 횡횡합니다.

게다가 비서구권 민족으로서 유일하게 제국주의로 전향할 수 있었던 경험도 패전의 충격을 키웁니다. 드디어 국제 무대에 어울리는가 싶었지만 결론은 뼈저린 패배라는 점이지요. 한민족은 일제시대가 바닥이었지만, 일본 사람들은 꿈꾸던 미래가 알고보니 잘못된 꿈이라는 걸 깨닫고 염세주의가 판을 칩니다. 하지만 반대로 군국주의에 의해 억압되었던 학계와 민중의 목소리가 제 목소리를 되찾으면서(일본 전역의 출판사 수가 수십배로 늘어납니다), 일본사회는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로의 전진을 시작하는 시기가 또한 40년대말, 50년대 초입니다. 다우어는 별별 것에다가 新이라는 글자를 붙이는 현상을 소개하면서 그 분위기를 아주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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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Simplexity》

Simplexity, 단순복잡함은 간단히 말해 복잡해 보여도 실은 단순한 규칙이 숨어있고, 단순해 보여도 보이지 않는 복잡함이 숨어있다는 전제입니다. 룰이 단순해보이는 운동경기는 실로 복잡한 규칙을 내포하고 있는 반면에, 그 큰 우주의 동작원리는 그 단순해보이는 중력으로 대부분 설명할 수 있고 복잡해보이는 프랙탈 문양도 단 하나의 수식으로 요약할 수 있지요. 복잡한 현상도 간단하게 모델링할 수 있고, 단순한 현상도 깊게 파보고 넓게 둘러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타임지의 클루거가 쓴 《Simplexity》는 이 단순복잡함이라는 화제를 일반인을 대상으로 쉽게 풀어쓴 책입니다. 단순복잡함이 어떤 것이며,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있기는 한데, 단순복잡함 그 자체를 설명하기보단, 그 모순되어 보이는 관계를 화제로 던지고서는 이야기가 옆길로 샌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재난대피 모델은 유체역학 등 복잡한 규칙을 이용하지만, 출구방향 야광표시 설치라는 간단한 요법으로 재난대피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복잡함 속의 단순함이 아니냐라고 글쓴이는 주장합니다. 하지만 주장이 좀 억지스러운 것 같아요. 뭐랄까, 주장하기 나름? 《The Tipping Point》에 적용하기에 더 적합한 예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앞에서 좀 까기는 했습니다만 “호오… 흥미롭네”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데는 성공한 책입니다. 단순화 모델을 고안해내는 것이 생명인 공학도로서, 타 분야의 모델을 접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복잡한 문제가 단순한 사건으로 인해 급속히 해결된다는지 악화된 예제들도 재미있었습니다. 딱 잡지 기자가 쓴 정도로 재미있는 책입니다.

[감상] 《비잔티움의 간략한 역사》

최근 일반인들에게 갑자기 각광받고 있는 세계사의 주제로 비잔틴 제국, 혹은 동로마제국사가 있습니다. 로마제국이 동로마, 서로마로 분리가 된 후, 서로마 제국이 망하고 나서 수백년 동안 더 이어진 동로마제국은 그리스, 로마 문명의 후계자로 그 문명을 보존했으며, 유럽을 아랍과 투르크 권으로부터 막아 유럽 크리스트교 문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중요한 국가입니다. 하지만 비잔틴 제국은 오스만투르크 제국에 멸망당한 이후 역사속으로 사라져갔고, 그나마도 오랜 기간 속국으로 지내는 동안 세계사 내에서의 비중이 보잘것없어진 국가가 되었습니다. 최근에 들어서 이 주제를 중심으로 출판된 책의 수가 크게 늘면서 저 또한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비잔티움의 간략한 역사》는 비잔틴사 교수인 W. 트리드골드 교수가 쓴 비잔틴 제국의 개괄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비잔틴 역사학자가 쓴 글이지만, 읽기 편한 문체에 긴 시간 집중해서 읽을 필요가 없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잔틴 제국의 흥망성쇠를 시대별로 나눠, 정치외교사를 다룬 후, 사회사를 다루고, 비잔틴 제국의 큰 그림 속에서 그 의의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비슷한 《비잔틴 연대기》 와 비교해서 사회경제사에 초점을 두어, 인구의 증감, 행정구조와 세제, 도시화율, 경제활동의 비중 등을 이용하여 비잔틴 제국이 정점에서 그저 꾸준히 하향세를 지속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고 사회 자체가 가진 잠재력으로 매번 위기를 극복했다는 주장을 설득력있게 펼치고 있습니다.

[감상] 《첫 미국인 – 벤자민 프랭클린의 삶과 그 시대상》

가장 인간을 초월한 듯한 미국인을 꼽으라면 누구가 좋을까요. 워싱턴? 링컨? 에디슨? 저라면 주저않고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을 꼽겠습니다. 프랭클린은 피뢰침을 개발한 사람으로 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출판업자 겸 언론가, 과학자, 발명가, 그리고 새 나라 미국의 원로로서, 정치인으로서, 외교관으로서 활동한 프랭클린은 정말 다방면에 걸쳐서 활동했으며, 짧지 않은 생의 마지막까지 정렬적으로 살아갔습니다.

《첫 미국인》(H.W. 브랜즈 지음)은 이 복잡다양한 한 인물, 프랭클린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다각도로 비춘, 전기문의 모범적인 작품입니다. 10대부터 익명기고를 통해 언론가로 활동한 프랭클린의 모습과 생각은 그의 사회비평을 통해 잘 드러납니다. 로맨스 그레이로 프랑스 사교계의 난봉꾼(…)인 프랭클린의 모습은 그가 보낸 편지를 보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오지요(이 사람 선을 넘지는 않지만 유부녀, 미망인 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가족, 친지, 영국 공직사회와 일반 신민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그가 어떻게 하여 영국의 신민에서 “과격한” 독립운동가로 변해갔는지를 비춰볼 수 있습니다.

“첫 미국인”이라는 제목은 브랜즈가 본 프랭클린을 한마디로 압축한 문구입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 중에서 가장 연장자로서, 영국 식민지 미국의 영국 정치에의 정식 편입 주장과 영국의 대미 중상주의 반대를 통해 가장 일찌감치 미국의 독립 당위성을 제시한 사람이 프랭클린이기 때문이지요(본인은 늦게까지 분리건국만은 반대합니다만). 독립전쟁 시기의 미국 이라면 곳곳에 손길이 남아있는 사람 프랭클린. 브랜즈가 현실감있는 묘사와 서술에 풍부한 자료를 인용하고 해석한 이 책은 프랭클린의 대표적인 전기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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