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History of Iran: Empire of the Mind》
7월 23, 2010 댓글 남기기

비잔티움을 훑었으니 그 다음 타자로 결정한 것은 페르시아입니다. 바빌론이나 아시리아 만큼이나 오래전부터 현 이란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가가 존재해왔으며, 알렉산더, 아랍과 몽골한테 정복 당했음에도 독자적인 민족성을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정복자들에게 역으로 자기네 문화를 역수출하고, 끝내는 독립을 이뤄내는 끈기있는 민족입니다. 우리 나라가 외국에서는 코리아라 부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끼리는 한국이라고 부르듯이, 이 페르시아 사람들은 자기네를 이란이라고 불렀습니다.
액스워디의 《A History of Iran: Empire of the Mind(이란의 역사: 정신의 제국)》는 이란의 역사를 고대 국가의 성립부터 현재까지 훑는 통사입니다. 여느 역사책처럼 정치사가 중심이긴 하지만, 정신문화를 중요하고 다루고 있습니다. 액스워디는 앞에서 볼 수 있는 독립성을 이란의 정신세계에서 찾기 때문이지요. 그 중에서도 시문학과 종교에 초점을 둡니다(건축문화도 상당한데 이 부분은 전혀 다루질 않아서 아쉽네요).
이란의 시문학은 10세기 무렵을 황금기로 칩니다. 사산조 페르시아 때부터 이어져 온 민족성찾기 노력이 아랍과 몽골에 있따라 정복되면서 폭발한 것입니다. 게다가 긴 궁정문학의 전통에다가, 조로아스터교와 이슬람의 내면성찰적 전통이 결합되면서 생긴 시너지 효과도 있었고 해서 이 때 많은 시인들이 나타났으며, 대대로 (21세기까지도) 이 시들이 이란 국민들에게 사랑 받게 되면서 이란어의 중심이 잡히게 됩니다. 책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시가 이란어 알파벳 발음과 영역을 병행하여 인용하고 있을 정도로 작가는 이란의 시문학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란의 강력한 문화경쟁력은 아랍화를 저지하는데 큰 힘을 발휘합니다. 북아프리카와 시리아, 팔레스타인이 죄다 아랍인으로 천하통일 되었지만 페르시아에서 막히고 말죠. 언어도, 종교도, 민족정체성도 아랍화가 덜 되었습니다. 오히려 이란인들이 아랍, 몽골 왕조의 중앙 행정직을 꿔어 차고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페르시아화 시킵니다.
하지만 이 자부심 대단한 민족은 러시아나 프랑스, 영국령 인도 등 유럽열강에 놀아나게 됩니다. 이때 당시의 카자르조 페르시아의 외교 줄다리기와 근대화 노력은 구한말의 우리나라와 놀랍도록 닮았더군요. 그러다가 미소 냉전에 아주 확 돌아버리고는 자신들만의 주체사상인 이슬람공화국 제도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9/11 이후 반 탈레반 전에 도움을 주겠다는 이란의 화해의 손길을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 말아먹은 이란의 현 국내외 정세를 살펴보며 책을 끝맺고 있습니다.
독립된 민족의식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닌 민족 중 하나인 이란인. 이 책은 이 민족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그 민족이 낳은 지성인, 문학가들을 비교적 자세히 살펴보고 인용함으로써 《정신의 제국》이라는 부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