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Embracing Defeat(패배를 받아들이며)》
6월 24, 2010 댓글 남기기

1945년 8월 15일 일왕 히로히토는 라디오 방송으로 일본제국의 항복을 선언합니다. 그 방송 결과 한반도에는 만세소리가 울려퍼졌만, 곧 이어서 찬탁반탁 운동, 좌우합작 등 난세가 펼처지지요. 그 때 일본열도는 어땠을까요. J.W Dower의 《Embracing Defeat(패배를 받아들이며)》 전후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상을 비춰봄으로써 그 시대 일본인들의 생각을 다각도로 비추고 있습니다.
퓰리처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사회, 경제, 학계, 정치와 외교등 분야별로 나누어 전후 일본의 태도와 미국의 태도를 상세히 묘사하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출판업계와 언론을 통해 살펴본 전후 일본은 한반도 못지 않은 혼란한 세상이었습니다. 동남아로 원정 나갔던 참전용사들이 무직자로 귀국하고, 의존하고 있던 식민지들의 경제가 독립해 나가자 일본 경제는 폭락하고 맙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굶어죽고 군수물자들이 대거 암시장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암시장의 정착으로 야쿠자들이 세력을 굳히게 되고 뇌물과 비리가 횡횡합니다.
게다가 비서구권 민족으로서 유일하게 제국주의로 전향할 수 있었던 경험도 패전의 충격을 키웁니다. 드디어 국제 무대에 어울리는가 싶었지만 결론은 뼈저린 패배라는 점이지요. 한민족은 일제시대가 바닥이었지만, 일본 사람들은 꿈꾸던 미래가 알고보니 잘못된 꿈이라는 걸 깨닫고 염세주의가 판을 칩니다. 하지만 반대로 군국주의에 의해 억압되었던 학계와 민중의 목소리가 제 목소리를 되찾으면서(일본 전역의 출판사 수가 수십배로 늘어납니다), 일본사회는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로의 전진을 시작하는 시기가 또한 40년대말, 50년대 초입니다. 다우어는 별별 것에다가 新이라는 글자를 붙이는 현상을 소개하면서 그 분위기를 아주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